just 4 chillin'(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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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여행
illustration by Ri 2009.4 Barcelona "메에헤에에에 - 메에헤에에에- ""고트?""노오오 - 메에헤에에에 - 메에헤에에에-""아 - 쉽!!" 그러니까.. 그녀도 그녀의 영어가 온전한 스페인 사람의 발음인 걸 알고 있었고,그녀를 바라보는 내 눈 속의 혼란스러움을 발견했을 거야. 시원스러운 미소와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웨이트리스는 경쾌하고 발랄하고 사려 깊게 작은 체구의 동양인 친구를 챙겨줬어.가게의 깊숙한 부분은 흰색 돌벽으로 세워진 동굴 같았어. 내가 앉아있는 2인용 테이블이 내 왼편으로 세 개 정도 있었고, 나머지 네 팀의 테이블에서는 모두 대여섯 명씩 모여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어. 이미 시간은 점심시간이 지난 지 오래인데도 이 사람들은 도무지 일어날 생각들이 없어 보였어...
2014.07.25 -
초록비가 내리던 날, 바르셀로나
기운이 쭉 빠졌다. 눈이 가는 곳마다 경이롭게 빛나던 바르셀로나의 풍경이 눈 깜짝할 새에 축축한 도둑놈 소굴로 바뀌었다. 숲과 돌 내음이 나는 무거운 녹색 비는 순식간에 나를 적셔가고,내 몸엔 우중충한 이끼가 돋아났다. 오직 숙소로 돌아가는 길만 기억하는 이끼 비둘기가 되어 어두침침해진 그 거리 위에 뒤뚱거렸다. the first day in Barcelona
2014.07.17 -
여행의 기분 The mood of travel
시간이 흐른 뒤 사진 한 장으로 그때의 기분을 되살릴 수 있다면 우린 진짜 여행을 한 거야. If you can recall the time with a single picture, then we really traveled.
2014.07.17 -
비를 내린 후 After send rain down
2009.6 Sligo 하늘은 변덕을 부리는 만큼 속 살갗을 보여주고 나는 우연히 그걸 보고 반하고 말고 The sky shows its own skin as much as fickleI happened to watch itand fascinated by
2014.07.09 -
이사 Move
Yeats Memorial Building 2009.1 Sligo 아일랜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밤이었다. 차를 타고 더블린에서 슬라이고로 이동하는 그 밤, 긴 비행시간과 시차로 해롱거리는 내 눈앞에 처음이자 마지막일 '처음의 풍경'들이 스쳐 지나갔다. 사람보다는 난쟁이나 고블린들이 살 듯한 튼튼해 보이는 마을을 지나자 요정들이 등장해 춤이라도 출 듯 달빛 스러지는 언덕들, 언제든 늑대인간이 울부짖으며 나타나도 이상치 않을 어둡고 길게 펼쳐진 숲과 푸르스름 빛나는 하늘, 그리고 끊임없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우릴 따라오던 반짝이는 강물. 아일랜드의 첫인상은 굴뚝마다 토탄향 연기 가득한 저녁의 동네 풍경도 마을을 가르며 흐르는 너른 수로 위, 둥둥 떠다니는 하얀 백조들도 걸으면 타박타박 소리가 나는..
2014.07.06 -
람블라스 거리의 예술가들
2009.4 La Rambla - 디지털은 손쉽다. 없는 돈을 짜내 캔버스나 물감을 살 필요도 매일 붓을 빨아야 할 필요도 없다. 현기증 나는 유화용 기름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되고, 완성된 캔버스가 차곡차곡 쌓여 공간이 비좁아지지도 않는다. 더디고 불편하지만,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고흐의 그림만큼이나 매력적이다. 그리고 돈키호테만큼이나 무모하다.
201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