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벨을 눌렀지만
마중 나오는 사람이 없어서 홀로 계단을 올라갔다.
내가 이 곳 베이커가 221B번지의 이층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다.
아 드디어!!
응접실에는 점잖은 신사 한 명이 마네킹인 척 앉아있었다.
따듯한 난로 앞을 차지하고 앉아있던 어려 보이는 손님들은 머리에 맞지도 않은
커다란 모자에 불도 붙이지 않은 파이프를 손에 들고,
뭔가가 신경이 쓰이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도대체 어떤 사건을 의뢰하러 왔을지 심히 궁금해졌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걸 보니 홈즈는 외출 중인듯 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편지 몇 개가 아직 뜯기지 않은 채 놓여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 홈즈의 변장 도구 함이 활짝 열려 있어
봐서는 안될 듯한 그의 내밀한 부분을 몰래 훔쳐 보는 듯했다.
한쪽 구석에는 그가 따로 모아뒀는지 아니면 왓슨이 자료 삼아 모아둔 것인지 모를 지난 사건의 흔적들이
필시 모조품인 게 분명해 보이는 나폴레옹 상과 그 유명한 흑진주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흑진주는 상상했던 것보다 스무배는 더 커 보였다.
아아,,, 그의 바이올린 연주를 직접 들을 수만 있다면...
아늑한 식탁 위엔 촛불이 타오르고 있어서 그들이 곧 돌아와 허기를
채울 모든 준비가 끝난 것처럼 보였다.
우연히 들어간 화장실은 성스러움마저 감돌았다.
셜록 홈즈...
해 질 녘이 될 때까지 기다렸건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후에 들은 이야기론 그는 그 날 그 곳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 다음 날에도.
명실공히 유럽 최고의 탐정.
셜록 홈즈
돈보다 재미를 추구하여
늘 가난했고, 개성이 강해 왓슨 말고는 친한 친구도 없었으며,
취미와 특기가 같으며 그 수가 두 손으로 셀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
아쉬운 마음을 붙잡고 베이커가 221B 번지를 나서야 했다.
나에게 있어 이 첫 런던 여행은 비록 여행의 목적이었던 그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어린아이들 낙서처럼 구성되어 있던 내 머릿속의 어설픈 런던과 베이커가 221B 번지의 상상도가
좀 더 세밀하고 다채롭게 재구성되어,
왓슨의 사건 기록문을 재독하는 내 머릿속이 훨씬 흥미로워진 점에서 그 뜻을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