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4 chillin'
woori / 2014.07.25 19:02 / Travel Note/Spain










illustration by Ri 









                                      2009.4 Barcelona




 

"메에헤에에에 - 메에헤에에에- "

"고트?"

"노오오 - 메에헤에에에 - 메에헤에에에-"

"아 - 쉽!!"


그러니까.. 그녀도 그녀의 영어가 온전한 스페인 사람의 발음인 걸 알고 있었고,

그녀를 바라보는 내 눈 속의 혼란스러움을 발견했을 거야.

시원스러운 미소와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웨이트리스는

경쾌하고 발랄하고 사려 깊게 작은 체구의 동양인 친구를 챙겨줬어.

가게의 깊숙한 부분은 흰색 돌벽으로 세워진 동굴 같았어.

내가 앉아있는 2인용 테이블이 내 왼편으로 세 개 정도 있었고,

나머지 네 팀의 테이블에서는 모두 대여섯 명씩 모여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어.

이미 시간은 점심시간이 지난 지 오래인데도 이 사람들은 도무지 일어날 생각들이 없어 보였어.

점심시간?

여긴 점심시간이 아니라 시에스타인가....

아무튼, 내가 가게에 들어간 시간은 오후 3시 정도였는데 말이야.

결국 천천히 9유로짜리 점심 메뉴를 끝내고 일어날 때까지 아무도 자릴 뜨지 않더라구.

하. 어찌나 부럽던지.


이날, 9유로의 점심 코스는

2009년 4월의 바르셀로나, 런던 여행 중 가장 비싼 식사였어.

혼자라도 정식으로 밥을 먹어보겠다며 각오하고 들어간 바르셀로나 골목의 한 식당엔

관광객도 여행객도 없었고, 근처 직장인들로 가득 차 있었어.

웨이트리스 언니는 스페인어와 동물 흉내로 메뉴를 설명해주었고,

인상 푸근한 주인아저씨는 매력적인 미소를 카메라에 담게 해주었어.

 단돈 9유로의 식사 덕분에 말이야.


다시 떠난다면 그때처럼 가난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돈은 없었지만 난 항상 가득 채워져 있었어.

나의 에너지는 엄청나게 밝았고, 거침없었으며, 늘 경쾌했어.

누구하고든 친해질 수 있는 자신이 있었고, 두려움이 없었어.

길을 잃는 건 두렵지 않았어, 그건 내가 늘 지도를 거꾸로 보는 방향 치라는 사실만 깨닫게 해주었지 .

자신감, 가진 것이라곤 그것뿐이었으니까.

이건 누군가가 빼앗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언제든 중요한 건 주머니 속의 풍족한 돈이 아니라, 내 자세인 거야.

사람을 만나서, 나는 당신 덕분에 지금이 몹시 행복하고 당신과 친해지고 싶다는,

당신을 꼭 기억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을 전하는 것. 

나의 다음 여행은 그런 여행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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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ri / 2014.07.17 15:38 / Travel Note/Spain


기운이 쭉 빠졌다.

눈이 가는 곳마다 경이롭게 빛나던 바르셀로나의 풍경이

눈 깜짝할 새에 축축한 도둑놈 소굴로 바뀌었다. 

숲과 돌 내음이 나는 무거운 녹색 비는 순식간에 나를 적셔가고,

내 몸엔 우중충한 이끼가 돋아났다.

오직 숙소로 돌아가는 길만 기억하는 이끼 비둘기가 되어

어두침침해진 그 거리 위에 뒤뚱거렸다.


the first day in Barcel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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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ri / 2014.07.03 16:55 / Travel Note/Spain





2009.4 La Rambla



-




디지털은 손쉽다.

없는 돈을 짜내 캔버스나 물감을 살 필요도

매일 붓을 빨아야 할 필요도 없다.

현기증 나는 유화용 기름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되고,

완성된 캔버스가 차곡차곡 쌓여 공간이 비좁아지지도 않는다.


더디고 불편하지만,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고흐의 그림만큼이나 매력적이다.

그리고 돈키호테만큼이나 무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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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ri / 2014.06.30 17:42 / Travel Note/Spain





casa Milā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하는 까사밀라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투구모양의 굴뚝에서는 욕실 냄새랑  화장실 냄새도 났다. 



까사 밀라의 주인장 밀라와 함께 



-








Museu Nacional d;Art de Catalunya

Monjjuïc


까사밀라에서부터 지하철과 두 다리로

걸어 걸어 땀 나게 찾아 온 까딸루냐 미술관은

일요일이라 휴관이었다.

일요일에 휴관을 하는 정상적임에 박수를 보낸 후

허탈함을 실은 발걸음으로 터덜 터덜

발 길을 돌리는데, 계단 앞 쪽으로부터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왔다.

올백머리의 잘생긴 스페인 남자가 감미롭게 기타를 울리고 있었다. 

순간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계단 여기 저기에 앉아 조용히 기타 연주를 감상하고 있는 여행자들의 여유로움이,

새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 구름, 그 아래 넓게 펼쳐진 바르셀로나가 보였다.

한줄기 츄러스 냄새가 나는 스페인 바람이 경쾌하게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2009.4 Barcelona


유리공예, 스페인 민속마을 



거대한 서점에 진열되어 있던  강도하 작가님의 '위대한 개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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