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4 chillin'
woori / 2014.12.02 00:49 / Travel Note/UK


그 곳



찾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기억한다. 


Sherlock Holmes, 221b, Baker street,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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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ndon 2009






photo&text  by wo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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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ri / 2014.11.27 14:58 / Travel Note/UK


Baker street , London



내가 스타벅스에 들어와 통유리로 만들어진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기다릴 때부터

그가 그 자세 그대로 그 자리에 앉아 통화를 계속 하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에 나는 바로 눈앞에 펼쳐진 신기한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몸에 딱 맞는 푸른 양복에 갈색 구두를 신고 새하얀 터번을 머리에 두른 멀끔한 사람이 지나갔다.
차들이 쉴 틈 없이 지나는 도로 옆 카페 앞의 야외 테이블에서는
서로 안면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 두서너 명이 한마디 말도 없이 작고 둥근 테이블을 공유하고 있었고,
햇볕이 내리쬐어 빛나는 인도 위로는 무채색 옷을 사랑하는 도시 사람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바쁜 듯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다들 관심 없는 듯 시선을 멀리 두었지만, 은근히 모두를 신경 쓰는 듯한 그들의 행색과 표정은,

내 눈에는 모두가 시크한 모델이나 배우처럼 보이게 했다.


그는 계속 통화 중이었다.
나는 그를 처음 보았을 때 공사장 인부라 짐작했지만,
그가 공사장 인부인지 거리의 청소부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가 형광색 안전 조끼를 입었고 근처에 공사 중인 장소가 있어 공사장 인부라 짐작했으나,
런던 거리의 청소부들은 왜인지 하나같이 그처럼 덩치가 크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형광색 안전 조끼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키가 180cm는 되어 보였고, 얼굴은 작고 팔다리는 길쭉길쭉하며
전체적으로 까맣게 보여 흑인일 거라 생각했다. 



Baker street , London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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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ion by Ri 









                                      2009.4 Barcelona




 

"메에헤에에에 - 메에헤에에에- "

"고트?"

"노오오 - 메에헤에에에 - 메에헤에에에-"

"아 - 쉽!!"


그러니까.. 그녀도 그녀의 영어가 온전한 스페인 사람의 발음인 걸 알고 있었고,

그녀를 바라보는 내 눈 속의 혼란스러움을 발견했을 거야.

시원스러운 미소와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웨이트리스는

경쾌하고 발랄하고 사려 깊게 작은 체구의 동양인 친구를 챙겨줬어.

가게의 깊숙한 부분은 흰색 돌벽으로 세워진 동굴 같았어.

내가 앉아있는 2인용 테이블이 내 왼편으로 세 개 정도 있었고,

나머지 네 팀의 테이블에서는 모두 대여섯 명씩 모여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어.

이미 시간은 점심시간이 지난 지 오래인데도 이 사람들은 도무지 일어날 생각들이 없어 보였어.

점심시간?

여긴 점심시간이 아니라 시에스타인가....

아무튼, 내가 가게에 들어간 시간은 오후 3시 정도였는데 말이야.

결국 천천히 9유로짜리 점심 메뉴를 끝내고 일어날 때까지 아무도 자릴 뜨지 않더라구.

하. 어찌나 부럽던지.


이날, 9유로의 점심 코스는

2009년 4월의 바르셀로나, 런던 여행 중 가장 비싼 식사였어.

혼자라도 정식으로 밥을 먹어보겠다며 각오하고 들어간 바르셀로나 골목의 한 식당엔

관광객도 여행객도 없었고, 근처 직장인들로 가득 차 있었어.

웨이트리스 언니는 스페인어와 동물 흉내로 메뉴를 설명해주었고,

인상 푸근한 주인아저씨는 매력적인 미소를 카메라에 담게 해주었어.

 단돈 9유로의 식사 덕분에 말이야.


다시 떠난다면 그때처럼 가난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돈은 없었지만 난 항상 가득 채워져 있었어.

나의 에너지는 엄청나게 밝았고, 거침없었으며, 늘 경쾌했어.

누구하고든 친해질 수 있는 자신이 있었고, 두려움이 없었어.

길을 잃는 건 두렵지 않았어, 그건 내가 늘 지도를 거꾸로 보는 방향 치라는 사실만 깨닫게 해주었지 .

자신감, 가진 것이라곤 그것뿐이었으니까.

이건 누군가가 빼앗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언제든 중요한 건 주머니 속의 풍족한 돈이 아니라, 내 자세인 거야.

사람을 만나서, 나는 당신 덕분에 지금이 몹시 행복하고 당신과 친해지고 싶다는,

당신을 꼭 기억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을 전하는 것. 

나의 다음 여행은 그런 여행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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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ri / 2014.07.17 15:38 / Travel Note/Spain


기운이 쭉 빠졌다.

눈이 가는 곳마다 경이롭게 빛나던 바르셀로나의 풍경이

눈 깜짝할 새에 축축한 도둑놈 소굴로 바뀌었다. 

숲과 돌 내음이 나는 무거운 녹색 비는 순식간에 나를 적셔가고,

내 몸엔 우중충한 이끼가 돋아났다.

오직 숙소로 돌아가는 길만 기억하는 이끼 비둘기가 되어

어두침침해진 그 거리 위에 뒤뚱거렸다.


the first day in Barcel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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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ri / 2014.07.17 13:41 / Travel Note/Ireland









시간이 흐른 뒤 사진 한 장으로 그때의 기분을 되살릴 수 있다면

우린 진짜 여행을 한 거야.


If you can recall the time with a single picture,
                                  then we really trave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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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6 Sligo


하늘은 변덕을 부리는 만큼

속 살갗을 보여주고

나는 우연히 그걸 보고

반하고 말고


The sky shows its own skin

as much as fickle

I happened to watch it

and fascinated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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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ri / 2014.07.06 20:20 / Travel Note/Ireland


Yeats Memorial Building 2009.1 Sligo










아일랜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밤이었다.

차를 타고 더블린에서 슬라이고로 이동하는 그 밤,

긴 비행시간과 시차로 해롱거리는 내 눈앞에 처음이자 마지막일 '처음의 풍경'들이 스쳐 지나갔다.     

사람보다는 난쟁이나 고블린들이 살 듯한 튼튼해 보이는 마을을 지나자

요정들이 등장해 춤이라도 출 듯 달빛 스러지는 언덕들,

언제든 늑대인간이 울부짖으며 나타나도 이상치 않을 어둡고 길게 펼쳐진 숲과 푸르스름 빛나는 하늘,

그리고 끊임없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우릴 따라오던 반짝이는 강물.


아일랜드의 첫인상은

굴뚝마다 토탄향 연기 가득한 저녁의 동네 풍경도

마을을 가르며 흐르는 너른 수로 위, 둥둥 떠다니는 하얀 백조들도

걸으면 타박타박 소리가 나는 마를 날 없는 오래된 돌길도

비가 오든 말든 우산 없이 후드를 쓰고, 마주칠 땐 잘 지내느냐고 인사를 하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더블린에서 슬라이고로 이동하는 그 어두운 첫날밤에

내가 본 아일랜드는 상상이 만들어 낸

환상 동화였고, 공포 영화였고, 판타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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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ri / 2014.07.03 16:55 / Travel Note/Spain





2009.4 La Rambla



-




디지털은 손쉽다.

없는 돈을 짜내 캔버스나 물감을 살 필요도

매일 붓을 빨아야 할 필요도 없다.

현기증 나는 유화용 기름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되고,

완성된 캔버스가 차곡차곡 쌓여 공간이 비좁아지지도 않는다.


더디고 불편하지만,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고흐의 그림만큼이나 매력적이다.

그리고 돈키호테만큼이나 무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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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 Sligo







랠리 아일랜드의 시작을 알리는 카니발이 거하게 벌어졌다.

행사의 마무리는 비 오는 날의 불꽃 축제.

거의 매일 내리는 비는 아일랜드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니

행사 주최 측에서는 비를 염두에 두고 불꽃놀이를 준비했을 텐데,

 덕분에 환상적인 배경의 불꽃을 볼 수 있었다.

불꽃을 터뜨리는 장소는 매일 산책하는 집 근처 강 건너편의 숲이었다.


겨울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후드를 뒤집어쓴 채 그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입김을 뱉으며 빗소리를 배경 삼아 피융 피융 숲으로부터 올라오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불꽃이 터질 때마다 특유의 우거진 숲과 넘실대는 강물 위로 번지는

이질적인 빛 때문에 마치 아일랜드의 요정들이 마법으로 장난을 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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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ri / 2014.06.30 20:39 / Travel Note/France


2009.7 Centre Georges Pompidou



멋 모르고 찍었어.

그 곳에 있지만

그 곳엔 존재하지 않는 듯 한

네 눈빛이 지금은 보여.

난 이제야 온전히

너의 연주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의 너는 어떤 아티스트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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