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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Note/Ireland

이사 Move


Yeats Memorial Building 2009.1 Sligo










아일랜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밤이었다.

차를 타고 더블린에서 슬라이고로 이동하는 그 밤,

긴 비행시간과 시차로 해롱거리는 내 눈앞에 처음이자 마지막일 '처음의 풍경'들이 스쳐 지나갔다.     

사람보다는 난쟁이나 고블린들이 살 듯한 튼튼해 보이는 마을을 지나자

요정들이 등장해 춤이라도 출 듯 달빛 스러지는 언덕들,

언제든 늑대인간이 울부짖으며 나타나도 이상치 않을 어둡고 길게 펼쳐진 숲과 푸르스름 빛나는 하늘,

그리고 끊임없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우릴 따라오던 반짝이는 강물.


아일랜드의 첫인상은

굴뚝마다 토탄향 연기 가득한 저녁의 동네 풍경도

마을을 가르며 흐르는 너른 수로 위, 둥둥 떠다니는 하얀 백조들도

걸으면 타박타박 소리가 나는 마를 날 없는 오래된 돌길도

비가 오든 말든 우산 없이 후드를 쓰고, 마주칠 땐 잘 지내느냐고 인사를 하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더블린에서 슬라이고로 이동하는 그 어두운 첫날밤에

내가 본 아일랜드는 상상이 만들어 낸

환상 동화였고, 공포 영화였고, 판타지 소설이었다.